유럽 여행지를 고를 때 로마(Roma)는 항상 목록 상단에 있습니다. 2,000년이 넘는 역사가 도시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고, 골목 하나를 돌면 거대한 유적이 불쑥 등장하는 도시. 처음 로마를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게 진짜 길거리에 있는 거야?"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로마는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계획을 잡기가 까다롭습니다. 콜로세움(Colosseum), 바티칸(Vatican),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까지. 욕심을 부리다 보면 하루 종일 걷기만 하다 지쳐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볼지, 어떻게 예약하고 이동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고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에 따라 같은 일정도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로마 여행을 처음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이동 방법부터 주요 명소 공략법, 현지에서 꼭 알아야 할 실전 팁까지 한 번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로마 가는 방법 – 한국에서 로마까지
한국에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Leonardo da Vinci–Fiumicino Airport, FCO)으로 가는 항공편은 직항과 경유 모두 선택 가능합니다. 대한항공이 인천-로마 직항을 운항하며, 비행 시간은 약 12시간 30분입니다. 직항이 없는 시기에는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게 됩니다.
공항에서 시내로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가 가장 편리합니다.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로마 테르미니역(Roma Termini)까지 약 32분이면 도착하며, 요금은 편도 14유로입니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짐이 많아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택시는 테르미니역 기준 정액 요금 50유로로 운영되지만, 탑승 전 반드시 미터기 또는 정액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 다른 도시와 연계해서 여행하는 경우라면 이탈리아 고속열차 프레치아로사(Frecciarossa)를 활용하면 됩니다. 밀라노에서 로마까지 약 3시간, 피렌체에서는 약 1시간 30분 거리로 기차 여행만으로도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 제대로 보는 방법
로마 여행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단연 콜로세움(Colosseum)입니다. 서기 80년에 완공된 이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수만 명의 관중을 수용하며 검투사 경기가 열렸던 장소입니다. 외관만 봐도 압도되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그 규모가 더욱 실감납니다.
콜로세움 입장은 반드시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당일 구매를 시도하면 성수기에는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아예 매진되는 날도 있습니다. 공식 웹사이트(coopculture.it)에서 방문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미리 예약하면 입장 줄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콜로세움 입장권에는 포로 로마노(Roman Forum)와 팔라티노 언덕(Palatine Hill) 입장이 포함되어 있어 한 번에 세 곳을 볼 수 있습니다.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광장과 신전, 개선문이 남아 있는 유적지입니다. 당시 로마 제국의 정치, 종교, 상업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유적들 사이를 걷다 보면 교과서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바티칸 –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는 이유
바티칸(Vatican)은 로마 안에 있는 독립 국가입니다. 면적은 약 0.44㎢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지만, 품고 있는 예술과 역사의 무게는 어느 나라 못지않습니다.
바티칸 박물관(Vatican Museums)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집트 유물부터 그리스·로마 조각, 르네상스 회화까지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합니다. 박물관의 마지막 코스인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에서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제단화 《최후의 심판》을 실제로 올려다보는 순간은,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숨이 멎을 만큼 압도적입니다.
바티칸 박물관 역시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현장 구매 줄은 2~3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museivaticani.va)에서 입장 시간을 지정해 예매하면 훨씬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을 제대로 보려면 최소 3~4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은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단, 반바지나 민소매 차림이면 입장이 제한되므로 어깨와 무릎을 가릴 수 있는 여분의 옷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 영화 속 장면 속으로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는 18세기에 완성된 바로크 양식의 분수로,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 스팟 중 하나입니다.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로도 유명합니다. 낮에는 관광객이 빽빽하게 몰려 사진 찍기가 쉽지 않으므로, 이른 아침 6~7시 혹은 늦은 밤 11시 이후에 방문하면 한결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은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135개의 계단 위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Trinità dei Monti)과 아래 바르카차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가 어우러진 광경이 인상적입니다. 지금은 계단에 앉아 음식을 먹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로마에는 이 밖에도 판테온(Pantheon),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 등 하루 이틀로는 다 돌아볼 수 없는 명소들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하루에 한 구역씩 천천히 걷는 방식이 로마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로마 음식 – 파스타와 젤라토 그 이상
로마는 음식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만큼 먹거리가 풍성합니다.
- 카르보나라(Carbonara)는 로마가 원조입니다. 달걀 노른자,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Pecorino Romano), 관찰레(Guanciale, 볼살 베이컨), 후추만으로 만드는 이 파스타는 크림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로마 현지 트라토리아(Trattoria, 소규모 이탈리안 식당)에서 먹는 카르보나라는 한국에서 먹던 것과 완전히 다른 맛입니다.
- 젤라토(Gelato)는 로마 거리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단, 관광지 인근의 형형색색 젤라토가 높게 쌓인 가게는 대부분 인스턴트 파우더를 사용한 곳입니다. 금속 뚜껑으로 덮인 납작한 통에 담긴 젤라토를 파는 아르티지아날레(Artigianale, 수제) 가게를 찾는 것이 진짜 젤라토를 맛보는 방법입니다.
- 수플리(Supplì)는 로마식 쌀 튀김 볼입니다. 토마토 소스와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간 이 길거리 음식은 500원 수준의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습니다.
여름(7~8월)은 피하거나 각오하고 가야 합니다. 로마의 여름 기온은 35도를 넘는 날이 많고, 관광지마다 인파가 극도로 몰립니다. 가장 쾌적한 시기는 4~6월과 9~10월입니다. 날씨와 인파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로마 시내 이동은 지하철보다 버스와 도보가 오히려 편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로마 지하철은 A, B 두 노선뿐이고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테르미니역, 스페인 광장(A선), 콜로세움 인근(B선 Colosseo역)은 지하철로 연결되지만, 바티칸이나 트레비 분수 등은 버스나 도보를 이용해야 합니다.
소매치기와 가짜 CD 판매원에 주의해야 합니다. 테르미니역 주변과 관광 명소 밀집 구역에서 접근하는 사람 중 호기심을 자극하며 말을 거는 경우, 일단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크로스백은 항상 앞으로 메고 다니는 것을 권장합니다.
식수는 로마 곳곳에 설치된 무료 식수대(나소니, Nasoni)를 이용하면 됩니다.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도시답게 나소니에서 나오는 물은 마셔도 문제없습니다. 텀블러를 챙겨가면 생수 구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로마는 이틀이든 나흘이든, 어떤 일정으로 가도 다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도시입니다. 그게 오히려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이라면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느리게 걷고, 한 골목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는 시간을 꼭 만들어 보세요. 유적을 보는 것도 좋지만, 로마의 일상 속에 잠깐 섞이는 시간이 여행을 완성시켜 줍니다.
이 글이 로마 첫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